파리의 한 대학교 영화과 복도. 학생들 사이에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는다.
“들었어? 그 한국 여자애… 칸 영화제에서 성추행당하고 사라졌다는 그 애.”
“응, 맨발로 칸 거리를 헤매다가 피 묻은 탐폰을 길바닥에 떨어뜨리면서 직접 폰으로 찍고 있었대.”
“소름 돋는다. 그래서 결국 어떻게 됐대?”
“누군가 정신 병원에 신고해서 끌려갔지. 그 이후로는 모르겠어.”
그때, S가 다가온다. 목소리가 낮아지고, 공기가 싸늘해진다.
“너희, 윤 얘기하는 거야?”
“윤? 한국인 그 애겠지.”
S는 잠시 망설이다가 나지막하게 말한다.
“걔, 그날 밤 정신 병원에서 풀려났대. 맨발로 돌아다니다가 음주운전 강간범 택시에 납치됐었지.”
“뭐? 그럼 지금은…?”
“도망쳐서 소도시로 숨었대. 정신과 진료도 다 거부하고, 친구들도 결국 포기했대.”
순간 복도는 숨 막힐 듯 고요해졌다. 그때, 멀리서 낯선 울음소리가 들려왔다. 낮고 끊어질 듯한 흐느낌.
“지금은 방 안에 갇혀서 혼자 울기만 한대… 그 소리를 들은 사람마다…”
학생들은 차가운 땀을 흘리며 뒤돌아섰다. 그 순간, 복도 끝에서 한 여자의 형체가 나타났다.
“와, 소름… 야… 쟤… 아냐? 가자, 가자…”
서로 눈을 마주친 그들은 급히 자리를 떴다. 복도는 다시 적막에 잠겼다.그녀가 성추행을 당한 건 사실이었다. 그러나 피해자인 그녀가 도망쳐 홀로 고통 속에 갇힌 동안, 소문은 자극적으로 불어나 그녀를 미친년으로 만들어갔다. 그 미친년이라는 낙인. 이제 그녀는 소문 속에 떠도는 망령이 되어 그 복도를 배회한다. 그녀의 이야기는 누구도 진실로 기억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그저 수군거리고, 끝없이 퍼져나가는 소문만 남아 있을 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