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을 위해

“제멋대로 말하지 마”라는 말을 내뱉은 지 반년 후, 남편이 사라졌다. 아니, 사라진 게 아니라 투명해진 것 같았다. 아마도 빵(고양이)에게는 보이는 모양이다. 버려진 유기묘였던 빵은 남편에게만 애교를 잘부렸는데, 남편이 사라진 뒤에도 남편이 늘 앉아 있던 소파 밑에서 배를 드러내는 것이, 마치 남편에게 애교를 부리는 것 같았다.

그날, 뭐라고 말했어야 했을까. 아니 그렇게 갑자기 ‘여자가 되고 싶다’라니. “나는 어떻게 되는 거야?” 라고 다그치는 나에게, 그는 입을 닫고,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나와 달리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는 사람이었기에 “왜 이제와서?”라고 생각했다. 힘들겠지만 나를 위해서라도, 혼자서 어떻게든 해결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계절은 어느덧 여름이 되어 있었다. 지나가던 마트에 수박이 진열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러고 보니 그가 수박을 좋아했었음을 떠올렸다. 여름에 태어난 그는 어렸을 적 생일이면 수박이 식탁에 올랐다고 했지만, 나와 함께 살게 된 후로는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며 집에서 수박을 먹지 않았다.

만약 그가 아직 그 집에 있다면, 그렇게 생각하며 수박을 사 가지고 돌아왔다. 무심코 “나 왔어요”라고 말하자 그리운 기척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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