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귀신을 생각하다 이불을 써먹기로 했다. 가벼운 여름 이불로 온몸을 둘렀더니 밖으로 삐져나온 건 얼굴뿐. 어쩌면 차가운 귀신이 뺨에 닿을지도 몰랐다. 이번에는 머리 위까지 이불을 뒤집어썼다. 귀신은 얇고 투명하다. 그러니 어떻게든 닿고 말거다. 바닥 요를 몽땅 차지할 만큼 팔다리를 넓게 벌렸다. 누구도 누울 자리를 남겨둬서는 안 됐다. 한쪽 벽 가까이 등을 붙이며 생각했다. 나랑 벽 사이로 파고들면 어떻게 하지. 고민이 자꾸만 넓어졌다. 어디든 왔다가 금방 사라져버리는 귀신. 납작한 귀신.
미술 학원에서 만난 언니의 그림이 자꾸만 생각났다. 언니는 남색 오일파스텔로 가득 채운 종이 위에 제일 붉은 색으로 세로줄을 긋고 있었다. 뭉친 파스텔 조각이 언니의 발 아래로 떨어졌다. 하나도 안 친했지만 언니가 뭘 그리는 건지는 궁금했다.
“그게 뭐야?”
“꿈.”
언니는 색을 쌓아 올린 종이에 눈을 떼지 않고 바스락거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귀신은 얇고 투명해. 그래서 안 보이는 거야.”
갑자기 목구멍이 간지러워졌다. 잠깐 화장실에 다녀왔는데 자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나는 집에서도 언니를 생각한다. 젖은 귀신의 머리칼이 행여나 스칠까 겁을 참으면서.
– KANG Insong 강인송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