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

나는 낯선 남자들과 섹스할 때는 복면을 쓴다. 나는 그들의 얼굴을 모르고, 그들도 내 얼굴을 모른다.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가장 깊숙한 접촉을 한다.

한 세대 위의 형은 자기가 어렸을 때 만났던 남자들을 유령이라 불렀다. 어두운 극장이나 해가 진 공원에서 유령들을 만났다던 형은 남성과 만남을 더 이어 나가는 건 너무나 두려웠기 때문에 그들을 한번 보고는 말았다고 한다. 형은 뭐가 그렇게 두려웠을까.

여느 때처럼 복면을 뒤집어쓰고 어두운 공중화장실에서 이름 모를 남자들에게 아랫도리를 벌리던 날이었다. 환기가 안 되는 변기 칸에서 땀을 잔뜩 흘려 어지러운 탓인지 그날따라 내 몸이 낯설게 느껴졌고, 밑구멍에 들락거리는 남자들에게 위화감을 느꼈다. 그러다 문득 지금의 나야말로 유령 같다는 생각이 스쳤다. 금방이라도 내 존재가 사라져 버릴 것만 같았다. 무서웠다.

그날은 네 명의 남자를 만났고, 마지막 사람은 왜인지 속옷을 벗어 나에게 주고 갔다. 서로의 빈틈을 비집고 깊숙이 들어갈수록 커지던 구멍이 그날만큼은 채워진 기분이었다. 그리고 그 남자도 나처럼 무서웠던 게 아닐까 하며 복면을 벗었다.

– HONG Minki 홍민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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