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의 개미

가족 여러분, 이게 마지막 메시지입니다.

우리는 고향을 떠나 하얀 경계를 넘어, 태양을 등지고 걸었습니다. 그림자가 길어지고 해가 저물 무렵, 땅에서 갑자기 “악!” 하는 소리가 났습니다.
하지만 우리 무리에게 가장 중요한 건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었기에, “악! 악!” 소리가 들려도 멈추지 않고 신경도 쓰지 않았습니다. 저도 애써 신경을 끄려 했지만, 점점 두려움이 밀려왔습니다. 손에 땀이 나고, 문득 발밑을 내려다보니, 땅속에서 제 얼굴과 똑같은 얼굴이 저를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이건 땅이 내는 소리가 아니야, 개미야!”라고 외치는 순간, 저는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르고 말았습니다.
검은 삼각형 얼굴이 짓눌리는 걸 본 저는, 여왕님의 짐을 망가뜨리고 말았죠.

무리는 규칙대로 저를 피해 앞으로 나아갔고, 저에게 다른 길로 가라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 길은 오래 걸을 수 있는 길이 아니었습니다. 정신을 차려보니 저는 땅 위에 쓰러져 있었고, 무리는 이미 멀리 떠난 것 같았습니다. 저는 여왕님의 짐을 버리고, 땅속에 있어야 할 무언가를 찾아 땅을 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시체는 없었습니다.
저는 어쩌면 제 무덤을 파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 땅속에서 마지막 메시지를 보냅니다. 배터리가 다 닳기 전에. 제발 믿어주세요. 땅이 정말로 “악!” 하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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