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양이 불균형했던 나처럼 철근이 부족했던 우리 집은 폭우 한 번에 와르르 무너져버렸다. 마감에 쫓겨 애플 사이다 비니거가 들어간 물만 마시고 있던 나는 저녁 약속을 2시간 앞두고 콘크리트 아래 깔려 죽었다. 그런데 요즘 저승은 그런 법이 있다더라. 별안간 죽은 사람들을 위한 마지막 만찬. 꽤나 관대한 법이었다. 내가 앉은 테이블에는 나와 어떤 할아버지가 있었다.
“뭘로 드시겠어요?” 저승 웨이터가 물었다.
“저는 그 흑백요리사에 나온 알리오 올리오 가능한가요?”
“음… 알리오 올리오는 되는데, 생전에 드셔보신 버전으로만 가능해요.” 웨이터가 대답했다.
“그럼 저녁에 파인 다이닝 예약 해놨었는데 거기 메뉴도 안 돼요?”
“네 생전에 드셔보셨어야 가능하세요…🙏🏻”
“그럼 그냥 알리오 올리오로 할게요. 아 근데, 우리 귀신인데 마늘 먹어도 돼요?”
“살아 생전에 먹었던 건 괜찮다 그러더라고. 조선 사람이 마늘 없이 살 수 있나.”
평생 처자식 없이 혼자 살았다는 할아버지가 대답했다. 할아버지는 어머니의 손두부와 달래장을 주문했다. 판자촌 쪽방은 폭우 한 번에 판자촌 쪽방이 내려 앉아 돌아가셨다고. 주문할 때 유독 따뜻하게 해달라고 강조했다.
살아 생전 왜들 그런 걸 물어보나 했다. “죽기 전에 가장 먹고 싶은 음식은?”
죽기 직전 무슨 경황이 있겠는가. 그러나 죽기 직전이 아니더라도, 지금. 지금도 죽기 전이니 기회는 있다. 잠은 죽어서도 잘 수 있지만, 먹는 건 죽기 전에 먹어둬야 한다. 지금이다 지금.
– Erika PARK 에리카 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