딥페이크 페이드 마스크 (Deepfake Faded Mask)

그것을 처음 만난 것은 종강총회 뒷풀이에서였다. 한 남자 동기가 물었다. “목욕탕에 불이 나면 얼굴을 가릴 거야, 몸을 가릴 거야?” 나는 상상했다. 수백번 빨아서 얇아진 수건으로 얼굴을 가린 몸, 그리고 몸을 가린 홍조띤 얼굴… 뭐라고 답해야 섹시하고 유머러스하고 리버럴한 여자라는 소릴 들을까? 그때였다. 빛바랜 대중탕 수건을 덮어 쓴 나체의 여자가 술집 출입문을 열고 들어왔다. “주인을 찾아왔습니다.” 여자는 일본어로 말했다. 여자가 수건을 벗자 거기에 드러난 것은 내 얼굴이었다. 나는 내 얼굴을 바라보았고 내 눈을 마주쳤고 그 아래로 이어진 내 것이 아닌 몸을 보았다. 왜 나의 얼굴에 다른 몸을 가진 어떤 존재가 이 도시 한복판을 헐벗고 돌아다니는지 알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어느새 자리를 잡고 앉아 테이블 아래로 다리를 뻗고는 건너편 동기의 다리 사이를 헤집고 있었다. 발끝에서 발톱이 3D 프린터처럼 자라나더니 음낭을 파고들었다. 동기는 얼굴을 고통스럽게 일그러뜨리며 “포마드! 포마드! 포마드!”를 세 번 외쳤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여자는 다시 수건을 뒤집어쓴 뒤 유유히 자리를 떠났다. 대답은 영구히 유예되었다.

– KIM Yeon Jae 김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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