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행장으로

―이제 기다리세요, 우리는 기다립니다, 교도관이 기다리라고 했죠, 아니 어쩌면, 이 복도에 서서, 조금 기다렸다가, 다시 기다리다가, 다음 복도로 가라고 하죠, 우리는 또다시 기다립니다, 주저앉지 말라고, 의심하지 말라고, 해줄 말이 없다고, 교도관이 그랬습니다, 어쩌면, 아버지께서 그랬는지도 모르죠, 수백 번은 족히, 복도를 지나쳐 왔는데, 오늘은 더욱 어둡고 낮은 복도에서, 멈추라고 합니다, 우리에게 기도해줄, 사람들이 있답니다, 교도관은 아니고, 아버지도 아니고, 신께서 그랬답니다, 우리는 멀리 갈 거라고, 영혼만이 필요할 거라고, 불필요한 건 다 두고 가라고. 과연 복도 곳곳에 내던져져 있습니다, 누군가의 죄수복, 누군가의 자존심, 누군가의 원망, 누군가의 육체, 누군가의 죄와 값, 여기에 두고 가도 되나요? 신은 대답이 없습니다, 아버지도 대답이 없습니다, 교도관만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나체조차 벗어버린 채로, 벌벌 떠는 삶인 채로, 우리는 걸어갑니다, 헌옷이 널브러진 복도를 지나, 슬픔과 분노로 휘어진 복도를 지나, 죄가 덕지덕지 흘러내리는 복도를 지나다가, 이 길이 언제쯤 끝나는 거죠? 묻자 들려오는 외마디, 이제 기다리세요―


– GI Wonseok 기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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