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는 의자에 앉아있지만 의사의 말을 믿지 않는다. 의사는 매번 같은 약을 처방하거나 조금 비슷한 약을 처방한다. 의사의 말을 믿지는 않지만 환자는 언제나처럼 처방전을 들고 약국에 간다. 환자의 얼굴을 외우고 있는 약사는 처방전을 보지도 않고 환자에게 알약 여섯 개를 내민다. 처방전을 왜 보지도 않냐고 환자가 따지지 않았기 때문에, 봤다고, 약사는 거짓말하지 않는다. 그러나 사과를 원했던 환자는 유리문을 등에 업고 약국을 빠져나간다. 유리문이 출입구에서 너무 가볍게 분리되었으므로 약사는 상황을 믿지 않는다. 약사는 자신의 시야에서 멀어지고 있는 환자의 등 위로 녹아내리는 유리문을 바라보며 중얼거린다. 무거워? 그런데 녹고 있다면 그건 유리문이 아닐지도 모르겠다고 빈 의자를 지켜보며 중얼거리는 인간이 누구일지 고민하는 인간의 수는 어째서 셋이 아닌가.
– KIM Hesol 김해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