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별 판정기기™

트랜스젠더를 두려워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반영해 한 기업이 머리에 씌우면 남성과 여성 중 ‘진짜 성별’을 알려주는 기계를 발명했다. 과학자들은 “인간의 성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고 비판했지만, 이 장치는 금세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고, 전국 화장실에 설치할 계획까지 세웠다. 하지만 이 장치를 시험해 본 사람들 사이에서 이윽고 어떤 이변이 일어나기 시작한다. ‘남자’로 판정된 사람은 비정상적으로 더욱 남성적으로, ‘여자’로 판정된 사람은 더욱 여성적으로 변해가는 것이다. 누군가는 거울 속 낯선 자신을 발견하고 불안에 휩싸였고, 또 누군가는 자신의 몸이 어딘가 달라지는 느낌에 괴로워했다. 이 기업이 발명한 장치는 사실 성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더 이상 ‘실수’가 일어나지 않도록 뇌신경에 개입해 사람들을 단순화된 성별 고정관념에 맞춰 바꾸어 놓는 것이다. 장치는 점차 사용을 기피하게 되었고, 결국 장치의 존재는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져갔다. 하지만 장치를 사용한 사람들의 신체 감각은 원래대로 돌아오지 않았고, 결코 치유될 수 없는 불편함을 이해받지 못한 채, 때로는 그저 착각이라는 말만 들으며 살아갈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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