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적자동기회

역 앞 로터리에 있는 카페에서 잠시 쉬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나 식기를 반납처로 옮기는 길에 옆자리에서 이런 이야기가 들렸다.
“다 마신 줄 알았는데 조금이라도 남긴 사람은 영이 빙의해서 자신도 모르게 공양을 드리고 있는 거라고 하더라.” 반납구는 쟁반과 접시, 컵과 잔으로 붐비고 있었고, 그 사이사이에는 농도가 미묘하게 다른 액체가 가득했다. 순간, 카페의 반납 창구가 마치 제단처럼 느껴져 묘하게 납득이 갔다. 조금 남기고 자리를 뜨는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영혼을 보살피고 있는지도 모른다. 예전에 ‘주사위를 굴릴 때 눈을 지그시 감는 사람은 신앙심이 깊은 사람이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는데, 이것도 비슷한 이야기일까.
고대 그리스에 남겨진 기록에 따르면, 한때 프레니티스라는 병명이 있었다고 한다. 프레니티스는 ‘영혼의 자리에 생기는 염증’이라는 뜻으로, 의사들은 어떤 자리의 위치를 환부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를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건강하지 않은 증상은 그 자리가 무언가에 점령당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무언가에 자리를 점유당한 채로 대접받고 있다는 것은 일상적인 몸짓으로 알 수 있다. 미신이라고 치부할 수 있겠지만, 예나 지금이나 불쾌와 치유는 결국 같은 자리에 있기를 원한다.

Discover more from the ghost project

Subscribe now to keep reading and get access to the full archive.

Continue readi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