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인치의 묘비

어둠 속, 도깨비불과 같은 빛이 일렁이며 당신의 얼굴을 비춘다. 블루라이트 차단 필름을 붙이지 않은 나의 2024년형 스마트폰은 각막과 수정체에서 흡수 되지 않는 강한 빛을 망막까지 전달한다. 그것은 단순한 빛이 아니다. 죽어서 비닐봉지에 담긴 사람의 몸이었던 것, 마취없이 할 수밖에 없던 사지 절단 수술, 잔해에 묻힌 무언가, 8월의 숨이 막힐 것 같은 더위 속에 포함된, 가라앉고 희미한 공기… 오봉1, 아니 도쿄에서 자란 나로서는 블루라이트를 통해 보는 평화 기념식, 혹은 종전 기념일, 오이 말이나 가지 소도2, 더 이상 보지 않는다, 정령마를 보면 할머니가 바치는 향의 내음이 어디선가 풍겨오는 것 같다…,9월이 되면 내 망막에는 관동대지진 이후 일어난 조선인 학살을 추모하는 정보가 깜빡깜빡거린다, 올해는 태풍으로 인해 행사가 연기되었다고 한다. 내 손 안에서 나를 비추는 6인치의 강렬한 빛은 과거부터 미래까지 망자를 내 손에 데려온다. 손 안의 빛나는 묘비. 빛은 망막을 뚫고 나를 잠들지 못하게 한다. 잠을 자고 싶지만, 더 이상 몇 년 동안 잠을 잘 수 없다. 하지만 이 무덤을 놓아버리면 나는 드디어 어둠 속에서 아무것도 볼 수 없을 것 같다.

1. 일본의 추석. 오봉은 선조나 돌아가신 분들이 힘들지 않고 성불하도록 자손들이 조상을 공양하는 것을 가리킨다.
2. 오이 말과 가지 소는 일본에서는 조상을 위한 영혼의 이동 수단을 상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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