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얇은 막을 사이에 두고 안쪽은 하얀 액체, 바깥쪽은 희미하게 붉은 피가 스며든다. 액체의 침입이 가져오는 결과를 대가로, 이 피가 당신에게 흘러들어가는 모습을 상상한다. 당신과 나의 몸이 겹쳐져 쌓여가는 산을 상상해본다. 경계를 넘나들며 발을 내딛는다.
어떤 지역에서는 산을 상징적인 어머니의 품으로 여겼고, 그 안에 들어간 인간은 태아가 되어 새롭게 태어나는, 그러한 믿음이 있었다. 그러나 여성은 피를 더럽히는 존재로 여겨져 대부분의 산은 여성출입금지였다.
고요히 숨 쉬는 나무들의 어둠을 헤치고 나아간다. 멀리 웅크린 여인의 모습이 보인다. 옛날에는 부모가 자식을 버리는 것을 ‘ 솎아내기’라고 불렀다. 토쿠만지의 벽화에는 장롱에 비친 아이의 목을 조르는 어머니의 그림자가 귀신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하지만 무서운 것은 도깨비가 아니다. 도깨비를, 아이를, 낳게 하는 저주다.
땀을 뻘뻘 흘리며 정신없이 걷다 보면 어느새 도깨비가 아닌 산할머니가 그곳에 있었다. 지혜를 관장하며 속세에서 배제된 마녀. 흰 머리카락을 내던지고 옆으로 찢어진 큰 입으로 피투성이가 된 산할머니가 웃었다. 나를 묶고 있던 저주가 풀린다.
막이 찢어지고 섞인 분홍색 액체가 바닥에 쏟아져 내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