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점점 불러간다. 나도 모르게 배를 덮고 있는 부드러운 얇은 면 원피스를 바라보며 걷고 있다. 큰 배에 가려져 아래를 내려다봐도 내 발이 보이지 않는다. 그저 당연한듯이 임신이란 것에, 피부가 이토록 팽팽해지는 것에 놀라면서도, 몸의 변형에 대한 공포와 불안에 시달리면서도 태연한 척 살아가고 있다. 풍선처럼 부풀어 오르는 배에 생명이 깃들어 있을 것이다. 그렇게 배워온 당연한 존재가 내 안에서 아무런 거리낌 없이 사치스럽게 살아가고 있다. 아, 이 커다란 구체로 가득 차 있다. 시야 한가운데에 자리 잡고 나를 등지고 제멋대로 점점 팽창해 간다. 그 외에는 더 이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는다. 글자가 빼곡히 적힌 신문지가 새하얀 원형에 납치된 듯 새하얀 어둠에 휩싸여 버렸다. 끝이 보이지 않는 하얀 안개 속을 헤매다 깨달았다. 나는 이 아이의 아이였구나. 내가 이 아이였구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