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선글라스

대학 시절, 지미라는 유쾌하고 활달한 유학생 친구가 있었다.
나는 흔히 말하는 ‘아싸’에 과묵한 대학생이었지만, 어쩐지 지미는 언제나 나와 잘 지냈다.

지미는 맑은 날이든 비 오는 날이든, 아침부터 밤까지 늘 빨간 선글라스를 쓰고 다녔다.

그가 왜 선글라스를 쓰는지 특별히 물어본 적은 없었지만, 졸업을 앞둔 어느 날 밤, 술에 잔뜩 취한 지미가 갑자기 비밀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누군가가 나를 계속 지켜보고 있어.
뭘 말하든, 무슨 책을 보든, 자든 깨어있든, 전부 타케루가 엿보고 있는 거야…”

처음엔 그가 농담을 하는 줄 알았다.

“타케루가 누구냐, 룸메냐?”

“타케루는 어디에나 있어. 저기 벽에도, 가끔은 네 눈 속 너머에도 있어.”

나는 순간 소름이 끼쳤다.

“내가 빨간 테의 안경을 쓰고 있는 한, 녀석은 내게 해를 입히지 않아.
그저 히죽히죽 웃거나 깔깔거리며 비웃기만 하지.
하지만 내가 내 모든 걸 보여주면, 그 녀석은 화낼 거야. 

너무 소름 끼쳐서 말이야.”

그 말을 남기고, 지미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다.
그 후로 그가 어떻게 되었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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