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스의 집

리모델링 업체에서 203호의 문이 열리지 않아 돌아간다는 이상한 음성 메시지를 남겨 아파트로 향한다. 게다가 신문함을 통해 들여다보면 집 안에 종이 박스가 산처럼 가득 쌓여있다는 것이다. 아니, 지난주에 고독사한 주민 A가 남긴 대량의 상자들은 어제 겨우 재활용 쓰레기로 내놓았는데. 아파트 앞에서 204호의 세키 씨를 만난다. “예전 아침에 A 씨를 만난 적이 있어요. 종이 상자 두 개를 들고 ‘이거 치울 힘도 없어서’라면서 비틀거리길래 접어서 내놓아 드렸어요. 대동맥 박리가 있었는데 수술할 체력이 없으니 병원에서 퇴원하라 했다더군요. 인터넷 쇼핑을 하면서 살았던 것 같아요.” 키 박스에서 열쇠를 꺼낸다. 문이 열리고, 방은 텅 비어 있다. 그 업체 사람 완전 헛소리네. 문득 신문함 앞에 쪼그리고 앉아 방을 들여다보고는 숨이 막혔다. 종이 박스로 된 산이다. 그 속에서 인간의 손이 뻗어나와 있다. 계단을 뛰어 내려갔다. 공포 속에서, 상자를 접을 힘조차 없을 만큼 쇠약해진 남자의 고독을 알게 되었다. 내게 환영을 보여준 것은 A의 한이다. 발이 멈추자 눈물이 뺨을 적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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