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은 자를 위한 상(床)

루나는 커다란 상 위에 소고기국과 흰 쌀밥을, 사과와 배를, 고사리와 무나물을, 산적과 동태전을, 조기와 젓갈, 약과와 김치를 올렸다. 그리고 청주 한 잔과 어머니가 좋아하시던 에스프레소 한 잔을 맨 앞에 올렸다. 어머니의 허기진 영혼이 오늘 밤 배불리 먹고 에스프레소 향에 취해 편안히 머물다 갈 것이다. 
설과 추석이 되면 차례상에 할아버지와 할머니와 어머니가 좋아하는 음식 모두를 올렸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어머니가, 그리고 일일이 다 기억나지 않는 수많은 조상들이 한꺼번에 음식을 먹으러 오는 명절이면 루나는 그들 모두를 느낄 수 있었다. 자신이 혼자라는 걸 그날 만큼은 잊을 수 있었다.   
루나에게는 임무가 있다. 조상들이 살아온 삶을 기억하고, 조상들이 배고프지 않도록 제사상을 차려주는 것. 그것이 남은 자로서, 후손으로서의 책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어머니가 했던 것을, 할머니와 할아버지가 했던 것을 묵묵히 하는 것 뿐이다. 
조상님들은 먹는 것을 참 좋아하셨나 보다. 루나에게 먹는다는 것과 살아있다는 것은 동의어였다. 사람도, 귀신도 배가 고파서는 안 된다. 그럼 죽은 건 누굴까. 이런 생각에 잠겼다가 다시 정신을 차리고 루나는 냉장고 문을 연다. 고기를 꺼내 도마 위에 올리고 육질이 연해지도록 두드린다. 서울 루씨 MG-29대손 루나는 오래도록 지구에 남아 일년 365일 제사를 지낸다. 거실에서는 향 피우는 냄새가, 주방에서는 기름 냄새가 끊이지 않는다. 내일은 외로운 삶을 살다가신 재종조부 할아버지의 제사상을 차려야 한다. 
창밖에는 달이 떴고 거리에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 소란스럽게 행진하고 있다. 오늘도 누가 죽었고 더 이상 죽을 사람이 없을 때까지 사람들은 계속 죽는다.  

– KANG Seong-Eun 강성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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