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가로등 없이 컴컴한 두텁바위로1를 걷다가, 숲 안쪽, 인공 연못 앞에 누워있는 여자의 등을 보았다. 두 팔을 옆구리에 붙이고, 양발은 틈 없이 모아 웅크린 등. 희끄무레한 머리카락이 땀으로 얼룩진 목덜미에 끈적하게 뭉쳐있다. 너는 누군가와 통화 중이다.
“야, 여기 굶주린 잡귀신 있다. 노숙인들은 다 세금 먹는 귀신이잖아. 여기서 조금 더 걸어가면 서울역2이거든. 어떤 할머니가 젊은 여자 있소, 하고 옷깃을 붙잡아. 혹해서 따라가면 사지 잘린 여자들이 모텔방을 어기적거린대. 다른 방에는 잘린 팔, 다리가 든 캐리어가 제 혼자 기어다닌다나. 야, 저 잡귀신 옆에 캐리어 있다. 몸 파는 그 할머니인 거 아냐? 어, 더러워.”
바위처럼 꿈쩍하지 않던 여자의 등이 들썩인다. 쯧, 나는 네 옷깃을 슬쩍 끌어당겼다.
“뭐야, 누구야!”
화들짝 놀란 너는 욕지거리를 내뱉더니, 갑자기 핸드폰 녹화 버튼을 누르며 키들거린다. 여자는 주먹을 꽉 말아쥔다. 손등에 퍼진 그물 무늬 각질 아래 퍼런 힘줄이 부푼다. 고개를 획 돌린다. 여자는 온몸으로 울부짖는다.
“여기요! 누가 신고 좀 해주세요! 사람 괴롭힌다! 귀신은 저런 놈 안 잡아가고 뭐 하냐!”
벌받을 놈, 나는 네 핸드폰을 뺏어 연못으로 힘껏 던졌다. 벙찐 네 머리통을 잡고 허리를 구십 도로 꺾었다. 네 산책은 오늘이 마지막이다.
1.서울 용산구 동자동, 후암동, 갈월동 일대의 도로명. 이 인근은 서울역 거리 노숙인, 동자동 쪽방촌, 고시원 등 홈리스가 가장 많이 거주한다.
2.2000년대부터 최근까지, 경제 빈곤에 처한 여성 노인 및 홈리스는 유동인구가 많은 서울역 인근에서 성매매를 알선하는 사례가 공공연하게 발생한다.
– Bomroya 봄로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