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이끼

어느 날 백화점에는 이상한 소문이 돌았다. 
계산대, 주차 안내 사무실, 비상구 계단 같은 곳에서 미묘하게 사람 형태의 이끼들이 자라났다. 손님들은 환호했으나 관계자 측에서는 당혹스러워하는 모습이었다. 이끼들이 자라난 공간은 주로 직원들이 오래 머무는 공간이었다. 그것은 잘라도 잘라도 다시 자라났다. 몇몇 직원들이 이상하게 이끼로부터 시선이 느껴진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출근은 해야 했던 사람들은 그것들을 ‘가만히 이끼’라 부르며 무서움을 떨쳐냈다.
사실 나에겐 중요한 일은 아니었다. 매장에 서서 손님들을 향해 웃고, 옷을 포장하고, 안내하다 보면 종아리는 붓고 구두를 신은 발이 욱신거린다. 하지정맥류 약을 먹어도 다리 위의 파란색 핏줄은 쉽사리 없어지지 않는다. 통증을 잊기 위해 습관적으로 종아리를 주물렀다. 문득 손가락 사이에 가느다란 실이 잡혔다. 파란색 핏줄이 살 밖으로 터져 나오고 있었다. 가느다란 파란 줄기는 어느새 길고 길게 빠져나와 내 온 다리를 덮기 시작한다. 그것은 언뜻 이끼 같아 보이기도 했다.
나는 드디어 앉을 수 있음에 기뻤다.

– SONGKANG Hyojin 송강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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