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본에 깃든 여자의 목소리

오카쿠라 텐신이라는 사상가가 있었다. 오카쿠라는 ‘The White Fox’라는 오페라를 영어로 썼다. 미국에서 상연하기 위해서였다. 원작은 일본에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여우 전설 ‘시노다즈마(信太妻)’였다. 원래 이야기는 이렇다.
인간 여자로 변한 여우가 인간과 사이에서 아들을 낳는다. 그리고 몇 년 후 여우라는 사실이 밝혀져 아들을 남겨두고 숲으로 돌아간다.
오카쿠라가 쓴 오페라의 주인공도 여우였다. 이름은 코르하. 대사에는 오카쿠라가 당시 교류하던 인도의 여류 시인의 시가 인용되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프리얀바다라고 한다.
오카쿠라에게 보낸 편지에서 프리얀바다는 이렇게 말했다.
“내가 신기루, 요괴, 귀신, 귀신불, 환상이 아닐까 생각한 적은 없습니까. 내가 실재하는지 아닌지는 아무도 알 수 없습니다.”
“저를 완벽한 존재로 생각하지 마세요. 나는 여자, 그저 인간일 뿐입니다.”
“코르하라는 이름은 뱅갈어로 파초(芭蕉)라는 뜻입니다. 다른 이름이 더 낫지 않나요?” 
결국 코르하는 코르하로 남았다. 그리고 오카쿠라가 쓴 오페라에는 곡이 붙지 않아 끝내 미완성으로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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