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러 영화

하얗고 흐릿하게 번진 영상이 눈 앞에 재생되고 있다. 아이가 여자의 전라를 그리고 있다. 커다란 가슴에 그 굴곡이 선명하다. 키스를 하는 듯한 그림도 있다. 아이는 열에 달뜬 채 노트에 그림을 그리고, 이를 숨겨두었다. 어느 날 아이는 무언가 잘못을 저질러 엄마에게 혼이 났다. 혼란과 죄책감에 휩싸인 아이는 “야한 그림을 그려서 미안해요”라며 돌연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허나 엄마는 예상치 못한 아이의 말에 “어, 무슨 소리야?” 라고 웃어넘길 수밖에 없었다. 시간이 흘러 조금 커진 아이는 속옷에 붙어 있는 분비물 (아이는 ‘냉’이라는 말을 몰랐다)이 불편해 화장지를 정성스럽게 접어 속옷 위에 깔기로 했다. 그러자 그것은 쭈글쭈글하게 녹아 미세한 먼지가 되어 속옷에 달라붙어 버렸다. 아이는 옷을 들어 올리며 엄마에게 “치워 달라”고 부탁했다. 어머니는 깜짝 놀라며 손가락으로 먼지를 하나하나 떼어냈다. 재생되고 있는 것은 홈비디오일까, 아니면 공포 영화일까… 나쁜 것은 암묵적인 금기와 무지, 나를 떨게 한 무서운 것은 수치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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